한국은 물론 신흥국 시장과 세계경제 판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이 도화선이 되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연준 관계자 발언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은행은 9월엔 동결을 거쳐 10월 이후인 4분기에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옐런 의장은 세계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에서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등의 요인을 들며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부언했다.
뒤이어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9월 기준금리 인상과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 모두에 그렇다고 한 것”이라고 옐런 의장의 발언을 추가 해석했다. 9월 금리 인상설이 급부상하게 된 이유다. 이밖에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제롬 파월 연준 이사 등이 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0.25∼0.50%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며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다 지난해 12월 0.25% 포인트 금리를 올린 바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외환 건전성이 좋지 않은 신흥국 중심으로 자본 유출을 불러올 수 있어 증시 하락, 환율 급변, 채권투자 감소 등의 결과를 빚곤 한다.
당장 29일 개장하는 원·달러 환율 시장부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100원대가 무너지는 등 원화 강세, 달러화 약세 흐름을 보였는데 달러화 강세 흐름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오른쪽)이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연준의 연례 경제 심포지엄 연설 전 스탠리 피셔 부의장(왼쪽)과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지는 등 이미 연준발 영향권에 들어섰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5400억원, 105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중립적인 포지션을 보였으나 기관은 1839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61% 포인트, 1.86% 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의 고민도 깊어만 간다. 한은은 9월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9일 개최한다. 미국 달러화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는 이보다 열흘 넘게 늦은 20∼21일 개최된다. 한은은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9월엔 일단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4분기로 넘어가게 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8월 금통위 회의 후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자본유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기축통화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