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버넌트를 봤어요.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안 좋아하는 제가,
처음엔 후회했어요.
거의 첫장면부터 인디언들과의 전투신이 벌어지는데
이 영화 감독이 좋아한다는 롱테이크 샷을, 그것도 무릎 정도의 높이에서 카메라를 위를 향한 채로 360도 돌려가며 보여주는데
어지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는...
거기에다 곰과의 사투는 진짜 곰과 뒤엉킨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리얼함,
목에 뚫인 구멍을 바늘로 꼬메는 장면
곰이 디카프리오를 들었다 바닥에 던졌다 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움찔
잔인한 장면도 많이 나오고 눈앞에서 아들이 죽는 모습을 누운 채로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지켜보는 입장이 많이 힘들기도 하고
비위도 약하면서 왜 굳이 보러 왔나 싶었어요.
다 보고 나서 한참후에 드는 생각은,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선과 악이라는 가치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던 그 시대를 살던 그들이나
발달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의 이익과 안위가 절대적으로 수호해야 할 가치가 되어 버린 우리나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입니다.
등장인물들을 좋은놈과 나쁜놈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 있는 만화같은 영화도 좋지만
흑이나 백이 아닌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는 주변의 인물들을 내가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이런 영화도 골치는 아팠지만 좋았어요.
이제 그만 죽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죽어가는 몸을 일으켜 아들의 복수를 해야했던 주인공에게
그까짓 복수 한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오냐던 나쁜놈,
그리고 그 나쁜놈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좋은놈이 되지도 않던 주변 인물들
그속에서 가장 위대한 가치는 '생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별다른 반전이 없고 복수가 끝나면 영화도 끝나 버리기 때문에
다 보고 나서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